목회칼럼
명절에 읽는 선교사의 마음
- 이명우
- Jan 25, 2025
태국에서 사역하시는 김*환 선교사님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사역 이야기였는데, 이번에는 선교사로 헌신 한 지 20년을 맞이하면서 소회를 보내오셨기에, 명절을 맞아 선교사님의 마음을 같이 나누고 기도했으면 좋겠다 싶어, 공유합니다. 찬찬히 읽으면서 기도해주식 바랍니다.
내게 있는 향유 옥합.
선교로 부르심을 받아 이 길을 걸어온 시간이 20년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은혜로 지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걸어온 길과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시간을 지났을까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만큼 용감하고 씩씩하게 걸어왔지만, 정작 2003년 첫 발을 내딛을때의 저희는 그저 주님을 사랑하는 그 맘이 전부였던 불같은 청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깨어진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 맘에 담긴 보배, 예수 그리스도를 열방에 전하고 싶어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고 뛰어들던 시간들은, 일사각오라는 말 외에는 새길 것이 없는, 고단하고 두려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선교지에서도 아이들이 자라고 저희들은 선교지가 진짜 고향보다 더 고향같은 곳이 되었지만, 매일이 전쟁터인 이 선교현장이 고향인 저희의 마음이 과연 쉴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도에서 사역하던 2년간 유산을 겪고 또 아기를 주셨는데 첫 임신기간이 죽음의 터널 같았습니다. 한 번 전기가 나가면 사흘밤낮으로 돌아올 생각을 않는 50도의 폭염속에서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었을때 입덧과 더위에 지쳐 물 한모금 못 먹고 사경을 헤매던 제 손을 잡아주시며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다 갚아주마’ 하시던 음성이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나고 자란 첫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고 저희는 주님이 갚아주신 많은 것들로 인해 더할나위 없는 기쁨과 감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주님의 갚아주심이 눈에 보이는 상급에만 국한된 것이겠습니까. 저희의 작은 노력과 섬김을 통해 이 땅에 심겨진 복음의 씨앗이 자라 주님 나라를 세워가는 제자로, 열방의 형제자매들이 굳건히 서는 일이야말로 그분의 가장 크신 상급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영광스런 직무를 감당하며 살면서도, 묵묵히 스무해를 넘게 걸어오는 이 길은, 때때로 참 고단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 고단함이 다시 느껴질땐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돌아보면 같이 걷던 전우들도 많이 떠나고 선교현장에 있는 저희들은 이제 선배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책임과 직임이 더해 질때마다 번아웃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릴만큼 지쳐있지만, 또한 처음 주님께 들고와 깨뜨린 저희의 향유옥합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습니다. 남들에게는 가치없고 쓸데없어 보이는 그 행위를 주님만은 가장 귀한 사랑으로 받아주셨던 순간. 그 찬란하고 눈부신 그분과의 러브 스토리야말로 이 길을 걸어가며 다시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그분을 위해 기꺼이 삶을 내어드릴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부디 그 첫 마음을 항상 기억하며 지치지 않고 새 힘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